
STAY WARM
소나무 아래의 브랜딩 실험실
2019년, 의류 쇼핑몰로 모은 작은 시드머니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늘 관심 있었던 ‘카페 사업’.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랜차이즈를 선택했지만, 나는 개인카페의 시대가 온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소확행’이라는 키워드가 막 부상하던 시기였죠. 29살의 청년에게 카페창업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보증금, 인테리어, 머신, 설비… 몇천만 원은 기본. 그래서 분석으로 승부하기로 했습니다.
‘망해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원칙 아래 월세, 보증금, 권리금을 계산했고, 결국 대구 시내 끝자락의 유동인구 거의 없는 자리를 선택했습니다. 단, 대신에 나는 “손님을 끌어모으는 힘”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4주간 해당점포 앞에서 유동인구를 직접 카운팅했습니다. 최소2명에서 많은 날 8명안팎. 자리로써는 최악의 가게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월세40만원은 가게가 망해도 매주 정기휴무 하루씩 한달에 4번만 하더라도 지킬 수 있는 메리트였습니다.
인테리어는 외주를 주었고, 스스로 브랜딩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의류쇼핑몰 시절 익힌 포토샵·일러스트 경험을 활용해 로고, 톤, 무드, 컨셉을 모두 직접 디자인했습니다.
독일 베를린의 한 카페를 모티브로, 실내 계단형 좌석과 천장 유리창, 그리고 진짜 소나무를 심은 듯한 자연적 감성을 구현했죠.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히든카드 핵심 메뉴는 ‘소나무라떼’.
녹차라떼 위에 소나무 아트를 입히는 스텐실 메뉴로, 한국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비주얼이었습니다.
실제로 소나무를 실내에 들일 수 없기에 죽은 소나무 몸체를 구입하여 모든 잎들을 직접 제작했고,
그렇게 탄생한 시그니처 오브제 ‘실내 소나무’는 브랜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준비과정부터 모든 공사 과정을 SNS에 기록하며 퍼스널 브랜딩형 오픈 스토리텔링을 시작했습니다.
오픈 몇달 전부터 ‘소나무 있는 카페’로 입소문이 퍼졌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그 결과, 오픈 첫날 유동인구 10명도 안 되던 골목끝자락 작은 가에게 웨이팅 10팀이 생겼습니다.
손님들은 SNS를 보고 찾아왔고, 해시태그 “#소나무라떼”는 1년동안 상위노출을 이어갔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1평의 작은 공간에서 월매출 4천만 원, 1년 2개월 뒤 권리금 1억 800만 원으로 익시트.
퍼스널 브랜딩, SNS 트렌드, 콘텐츠 노출, 고객 경험 —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한 결과였습니다.
이 경험은 나에게 마케팅의 본질을 다시 일깨워 주었습니다.
확신은 하루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복된 분석과 준비가 쌓일 때, 확신은 불씨가 되어 타오른다.
그때의 ‘Stay Warm’은 지금도 Grow In의 원동력입니다.
데이터, 감각,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마케팅의 근본은, 그때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2017년, 영남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한 공대생은 전공과 거리가 먼 ‘의류 사업’에 막연한 꿈을 품었습니다.
가진 돈은 단 200만 원. 그 돈을 들고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 동대문으로 향했습니다. 며칠간 인터넷을 뒤져 공부했고, 밤새 도매 빌딩을 오르내리며 직접 옷을 사입했습니다. 50kg에 달하는 옷들을 봉지에 담아 첫차로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밤을 새워 코디를 하고, 직접 모델이 되어 촬영을 하고, 상세페이지를 만들고, SNS 홍보를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냉혹했습니다. 지인을 제외하면 외부 고객은 거의 없었고, 통장 잔액은 마지막 몇십만 원뿐이었습니다.
포기를 고민하던 어느 날, 무심코 들어간 네이트 뉴스에서 ‘도깨비 공유 코트’가 실시간 검색 1위에 올라 있는 것을 봤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이 번쩍였습니다.
“이거다.”
새벽 사입시장으로 곧장 출발했습니다.
APM, 누죤, 유어스 등 동대문의 모든 도매처를 뒤지며 공유 코트와 가장 유사한 디자인을 찾아냈습니다.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한 지 불과 6시간 만에 도매 사입까지 마친 셈이었습니다. 잠 한숨 자지 않고 아침 촬영을 마친 뒤, 상세페이지를 제작하고 즉시 업로드했습니다.
그리고 무심코 진행한 행동 — 바로 SEO(검색최적화)였습니다.
제품 설명에 “공유 코트”, “도깨비 코트”, “앙고라 롱코트” 같은 실시간 검색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했고, 블로그에도 ‘도깨비’, ‘공유’, ‘코트’ 키워드를 교차 삽입한 글을 작성했습니다. 그날 오후, 피곤에 겨워 잠시 눈을 붙였고, 저녁 무렵 카페24 관리자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주문 수량: 750건.
단 몇 시간 만에 지난 6개월간의 총 주문 건수를 넘어선 숫자였습니다.
그때 확신했습니다.
“키워드를 아는 것과 트렌드를 읽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누구나 키워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트렌드를 이해하는 자만이 독점적 키워드를 만든다.
그날 이후, 마케팅의 본질이 ‘감’이 아니라 ‘분석’임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의류 사업이라는 큰 틀 속에서도 저는 블로그 SEO, 검색엔진 노출, 플랫폼 알고리즘을 끊임없이 연구했습니다.
그 덕분에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광고 효율을 진단하고 방향을 설계할 수 있는 마케터로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Grow In은 그때의 초심처럼 말합니다.
“광고비보다 중요한 건 방향입니다.
트렌드를 읽고, 데이터를 해석해, 단단한 성장을 함께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