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코아
실패를 진단하고, 다시 피어난 마케팅의 꽃
스테이웜을 성공적으로 익시트하고 난 뒤, 조금의 사업 자금이 생겼습니다. 사실, 스테이웜을 큰 권리금에 넘기기 전부터 수많은 프랜차이즈 문의와 다른 지역 확장 제안이 있었지만, 대표 매장의 위치와 주차 문제, 지속성을 생각했을 때 이미 비슷한 콘셉트의 카피 매장들이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요식업의 메뉴는 아무리 독창적이어도 특허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현실을 알았기에, 나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매장은 브랜딩만 직접하고 인테리어는 위탁했지만, 그 과정에서 매일같이 인테리어업체의 작업을 관찰하고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결심했습니다. "이번 매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직접 만든다.”
철거부터 목공, 전기, 조명, 마감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직접 섭외했고, 시공 전체를 총괄했습니다.
당시 10평 내외 매장의 인테리어 비용은 보통 5천만 원 안팎이었지만, 단 1,900만 원으로 집기와 인테리어까지 완성했습니다.
운영비를 아끼고, 프랜차이즈화를 염두에 둔 확장성까지 생각하면‘줄일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줄이자’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번엔 첫 매장과 달리 상권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대로변, 그리고 대구에서 가장 큰 경북대학병원 응급실 근처.
주변은 대형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상권이었죠.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인’을 타깃으로 콜드샌드위치 4종류와 콜드브루 커피를 주력으로 삼았습니다. 짧은 점심시간, 빠른 회전율, 깔끔한 구성 —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첫 두 달 동안 총매출 400만 원.
모든 비용을 제하면 최저시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기대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동안의 모든 창업이 일정 부분 성공으로 이어졌기에, 이번 실패는 자존심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멈췄습니다.
운영을 일시 중단하고, 철저히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내가 상상한 ‘출근길 직장인’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주변 오피스는 보험회사나 랜탈 업체처럼 외근이 잦은 자율출근제 구조였고, 경북대학병원 간호사들의 출퇴근 시간도 일반 직장인과 달랐습니다. 즉, 아침 출근길의 ‘샌드위치 + 커피 한 잔’은 뉴욕에나 어울리는 상상 속 그림이었습니다.
둘째, 대로변 입지라 생각했지만 실제 유동 동선은 불리했습니다. 주변 월주차장 세 곳의 차주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확인한 결과, 대부분 5분 거리의 주차장에서 샛길로 출근했고, 빌딩 내 주차는 임원급 차량만 이용 가능한 빌딩이 대다수였습니다.
셋째, 가격과 퀄리티 경쟁력도 문제였습니다. 매스커피, 컴포즈 같은 저가형 브랜드들이 이미 대로변을 점령하고 있었고, 콜드브루 전문점이라는 컨셉은 오히려 고객 선택폭을 좁혔습니다.
모든 변수를 정리한 후 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상권에서는 관심을 끌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전략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습니다. 주변 직장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것. 즉,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 가게’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가게’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한 달 동안 메뉴와 컨셉를 다시 구상했습니다.
그당시 인스타그램이 사진 중심에서 릴스(숏폼) 영상 중심으로 넘어가던 시기였습니다.
‘움직임’, ‘역동성’, ‘시즌감’ —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민했습니다.
몇주간의 시도와 수백번의 실패 끝에
저는 절실했습니다. 누구보다 목말랐습니다.
결국 ‘마시멜로우가 꽃처럼 피어나는 음료’를 만들어냈습니다.
처음 실험 영상을 찍고, 마시멜로우가 천천히 피어나는 장면을 봤을 때 전율이 온몸을 스쳤습니다.
그동안의 모든 가능성이 ‘확신’으로 바뀌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히든메뉴로는 지난 2달의 적자로 자신감이 2% 부족하다 생각했습니다. 추가로 할 수 있는것은 노출의 전략, 즉 바이럴이 중요했습니다. 당시 인플루언서 마케팅(바이럴 마케팅)이 막 뜨던 시기였지만, 나는 단순히 인플루언서의 팔로워 숫자에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각 계정의 분위기, 댓글 진정성, 좋아요, 댓글 참여율을 모두 분석했습니다. ‘진짜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5명을 리스트업했고,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은 점시시간 이후의 휴식시간과 주말일정을 잡기 편한 수요일이라는 타이밍을 계산해 업로드 일정을 짰습니다.
오후1시, 오후2시 그리고 저녁10시이후 3팀 이렇게 각 인플루언서에게 필수 가이드라인으로 원고료명록으로 소정의 비용까지 지불하며 그 시간대를 픽스했습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습니다.
첫 게시물 좋아요 4천 개, 두 번째 릴스 조회수 12만. 오픈 다음날, 대기번호 86번.
2달간 그저 대부분 지나쳤던 조용한 대로변의 작은 카페는,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몰려들었습니다.
“꽃이 피는 음료, 꽃코아.”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잘 짜여진 타이밍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성공은 단순한 반전이 아니었습니다.
‘감각’이 아니라 ‘설계’로 이루어진 결과였습니다.
키워드, 노출, 시간대, 트랜드 — 모든 요소를 계산한 마케팅의 합이 만들어낸 결과였죠.
나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예쁜 사진이나 광고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새로움, 트랜드, 전략이 완벽히 맞아떨어질 때 진짜 힘이 생긴다.”
마케팅은 연극과 같습니다. 무대 위의 배우(고객)는 단순한 자극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커튼 뒤에서 수없이 분석하고 준비하는 과정들이 있을 때, 비로소 관객이 감동하고 웃고 움직입니다.
그게 바로 내가 지금까지 믿고 있는 성장의 공식입니다.
Grow In — 진단에서 시작해 감동으로 끝나는 마케팅.
2017년, 영남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한 공대생은 전공과 거리가 먼 ‘의류 사업’에 막연한 꿈을 품었습니다.
가진 돈은 단 200만 원. 그 돈을 들고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 동대문으로 향했습니다. 며칠간 인터넷을 뒤져 공부했고, 밤새 도매 빌딩을 오르내리며 직접 옷을 사입했습니다. 50kg에 달하는 옷들을 봉지에 담아 첫차로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밤을 새워 코디를 하고, 직접 모델이 되어 촬영을 하고, 상세페이지를 만들고, SNS 홍보를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냉혹했습니다. 지인을 제외하면 외부 고객은 거의 없었고, 통장 잔액은 마지막 몇십만 원뿐이었습니다.
포기를 고민하던 어느 날, 무심코 들어간 네이트 뉴스에서 ‘도깨비 공유 코트’가 실시간 검색 1위에 올라 있는 것을 봤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이 번쩍였습니다.
“이거다.”
새벽 사입시장으로 곧장 출발했습니다.
APM, 누죤, 유어스 등 동대문의 모든 도매처를 뒤지며 공유 코트와 가장 유사한 디자인을 찾아냈습니다.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한 지 불과 6시간 만에 도매 사입까지 마친 셈이었습니다. 잠 한숨 자지 않고 아침 촬영을 마친 뒤, 상세페이지를 제작하고 즉시 업로드했습니다.
그리고 무심코 진행한 행동 — 바로 SEO(검색최적화)였습니다.
제품 설명에 “공유 코트”, “도깨비 코트”, “앙고라 롱코트” 같은 실시간 검색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했고, 블로그에도 ‘도깨비’, ‘공유’, ‘코트’ 키워드를 교차 삽입한 글을 작성했습니다. 그날 오후, 피곤에 겨워 잠시 눈을 붙였고, 저녁 무렵 카페24 관리자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주문 수량: 750건.
단 몇 시간 만에 지난 6개월간의 총 주문 건수를 넘어선 숫자였습니다.
그때 확신했습니다.
“키워드를 아는 것과 트렌드를 읽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누구나 키워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트렌드를 이해하는 자만이 독점적 키워드를 만든다.
그날 이후, 마케팅의 본질이 ‘감’이 아니라 ‘분석’임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의류 사업이라는 큰 틀 속에서도 저는 블로그 SEO, 검색엔진 노출, 플랫폼 알고리즘을 끊임없이 연구했습니다.
그 덕분에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광고 효율을 진단하고 방향을 설계할 수 있는 마케터로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Grow In은 그때의 초심처럼 말합니다.
“광고비보다 중요한 건 방향입니다.
트렌드를 읽고, 데이터를 해석해, 단단한 성장을 함께 만듭니다.”
